통찰

코스피 5천과 동맹의 균열

hyunmook 2025. 10. 2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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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와 맥락

정권은 숫자를 사랑한다. 숫자는 성과처럼 보이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재명 정부는 코스피 5천을 말한다. 그러나 시장은 숫자보다 맥락을 본다. 지수는 오를 수 있으나 무엇이 그 상승을 밀었는지가 갈린다. 생산성이 밀면 실질이 오른다. 통화가치 하락이 밀면 명목만 부푼다. 이 구분이 흐려지는 순간, 시장의 화려함과 실물의 불편함이 동시에 커진다. 숫자가 빠르게 앞서가면 언어와 해석이 그 뒤를 쫓고, 그 사이에서 경제정책과 대외정책의 메시지가 서로 엇박을 낸다. 결국 숫자는 대내·대외 신호의 합성물로 읽혀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단기 신호와 실물 괴리

주식시장은 완전경쟁에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는 장이다. 정부의 강한 신호는 단기에 통한다. 유동성은 방향을 찾고, 서사는 빠르게 확산되고, 매수의 명분이 생긴다. 그러나 환율이 약해지고 수입 물가가 오르면 실질소득이 줄고 내수의 체온이 떨어진다. 지수는 위로 가도 생활은 옆으로 가고 후생은 아래로 간다. 지수의 상승이 기업의 체질 개선이나 총요소생산성의 상승으로 설명되지 못할 때, 시장은 그 간극을 환율과 가격으로 메우려 하고, 그 과정에서 체감 물가와 임금의 괴리가 커진다. 단기 성과가 클수록 그 대가가 나중에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비대칭이 형성되고, 정책 신호는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한다. 이렇게 형성된 ‘숫자의 가속’은 체질의 속도를 초과하고, 초과분이 곧 괴리로 축적된다.

대외정책 신호의 파장

대외정책은 이 괴리를 증폭한다. 중국인 무비자 확대, 대북 적대 행위 전면 금지와 같은 신호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및 한·미·일 공조와 어긋난다. 동맹은 신뢰의 등급제다. 말과 행동이 맞으면 비용이 내려가고, 신호가 섞이면 비용이 올라간다. 비용이 올라가면 통상 협상은 느려지고 관세 위험은 상시화되며 금융시장의 프리미엄은 사라진다. 외교의 불확실성은 환율 불안으로 번지고, 환율 불안은 다시 물가 압력으로 이어진다. 대외 신호의 혼선이 커질수록 환율의 방어선은 얇아지고, 방어가 얇아질수록 지수의 명목 상승은 더 눈에 띄게 보인다. 그 결과 숫자는 반짝이나, 체감은 숨이 차오르는 역설이 생긴다. 이 역설은 내부 정책의 ‘숫자 지향’과 외부 구도의 ‘신뢰 비용 상승’이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으로 읽힌다.

트럼프의 거래주의와 민주당 정권 불신

이 국면은 트럼프의 거래주의와 만나 더 선명해진다. 그는 동맹을 가치가 아니라 계산으로 본다. 그가 기억하는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의 운전자론과 멈춰 선 협상이다. 성과는 비었고 불신은 쌓였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한국은 트럼프에게 불신의 대상이 된다. 반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 발의 후 한덕수 대행체제, 더 나아가 최상목 대행의 대행체제에도 함께하길 원한다는 시그널을 보내며 보수 체제는 지지했던 전력이 있다. 트럼프는 이념이 아니라 거래 경험으로 신뢰의 가격을 매긴다. 이 가격이 오르면 관세 협상은 더뎌지고, 사법·노무 이슈는 압박 카드가 된다. 문은 열려 있으나 선택지는 좁아진다. 대외 신뢰의 가격이 상승하는 동안, 국내에서는 지수 목표가 정책의 최우선 신호로 유지되고, 두 흐름은 서로를 밀어준다. 원화가 흔들리면 지수는 더 올라 보이고, 지수가 올라 보이면 더 강한 정책 신호가 필요해진다. 신호가 커질수록 동맹은 더 많은 담보를 요구한다. 이렇게 피드백 고리가 형성된다.

종합 진단

현재의 구조는 세 층으로 정리된다. 첫째, 명목 지수의 상승과 실물 체감의 불일치가 커진다. 이는 환율·물가 경로를 통해 생활로 전달된다. 둘째, 대외정책 신호의 혼선이 동맹 신뢰의 가격을 끌어올린다. 이는 통상·관세·금융 프리미엄의 약화로 가시화된다. 셋째, 트럼프식 거래주의가 민주당 정권에 대한 선택지를 좁히면서, 외교의 불확실성이 상수화된다. 이 세 층은 서로를 증폭시킨다. 숫자는 빠르게 앞으로 간다. 체질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신뢰의 가격이 오르면 자본의 대기 시간은 길어진다. 자본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지수의 명목 변동성은 커진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정책 신호는 더 강해지고, 강한 신호는 다시 신뢰의 가격을 올린다. 이것이 지금 국면을 특징짓는 악순환의 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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