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

연륜은 숙성이 아니었다. 부패였다. - 갈아엎을 때다

hyunmook 2025. 5. 2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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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없는 복지가 남긴 균열

2012년 겨울, 박근혜 후보의 입에서 증세 없는 복지라는 문장이 흘러나왔다. 복지를 넓히되 세금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이 기묘한 공식이 등장한 순간, 보수정당은 성장과 책임이라는 오래된 간판을 내려놓고 표 계산이 새겨진 슬로건을 들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선거는 철학보다 마케팅이 우선했고 현재 국민의힘으로 이어진 보수정당의 선거슬로건은 한 줄로 귀결됐다.

“그래서 민주당 뽑을거야?”

철학이 빠진 자리는 공포가 채웠고 보수는 상대를 겁주며 스스로를 인질로 삼는 선거 전략을 체질화했다.

 

중도 타겟 좌클릭, 사라진 보수

박정희·전두환 시절에 세워진 경제 성장·안보·질서라는 기둥은 시간이 흐르며 색이 바랬지만 2012년 이후엔 기둥 자체가 사라졌다. “중도 확장이라는 기름칠된 말이 떠돌 때마다 실질적 정책은 희미해졌고 파벌 다툼과 이미지 경쟁만 남았다. 깃발은 여전히 펄럭였으나 깃발이 가리키는 방향은 보수가 아니었다. 철학 없는 정치권은 소리 큰 조직이 점령했고 내부 권력 싸움이 곧 보수를 대변하는 양 눌러앉았다.

 

김문수의 정통 승리, 잠깐의 안도

지난 대선 예비경선에서 김문수 전 지사가 규정대로 후보로 확정되자 절차 없는 정당에 지쳐 있던 당원들은 모처럼 순리를 목격했다며 짧게나마 안도했다. 경선이라는 최소한의 민주 장치가 작동하는 듯 보였고 보수가 아직 절차적 정당성을 존중한다는 희망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 숨 고르기는 이틀조차 이어지지 못했다.

 

한덕수 카드, 절차를 뒤엎은 깜깜이 교체

지도부는 예고도 없이 한덕수 전 총리를 꺼내 들며 후보 교체를 시도했다. 명분은 확장성중도 매력같은 모호한 수사뿐이었고 경선은 하루아침에 보여 주기식 이벤트로 전락했다. 이 장면이 드러낸 사실은 단순했다. 절차는 껍데기였고 실제 권력은 파벌의 손에 있었다. 순리를 믿고 박수 치던 당원은 눈앞에서 테이블이 뒤집히는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다행히 당원 투표로 김문수가 대선후보 등록이 되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지만, 이 사건은 보수정당이 경선이라는 절차를 장식품 수준으로 취급한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썩은물화의 구조

보수 정당이 썩어가는 과정은 복잡해 보이지만 실은 단순하다. 성장·자유·책임·질서 같은 토대가 확장성이라는 모호한 말 속에 흩어지자 공천과 선대위 인선이 실력보다 친소 관계로 결정되었다. 권력은 줄서기의 보상으로 배분됐고 정책 공백은 그래도 민주당보다는 낫지 않나라는 주문으로 무시됐다. 물이 흐르지 않으면 썩는다는 상식처럼 당명은 몇 번을 갈아도 내부 생태계가 순환하지 않으니 악취는 더 짙어졌다.

 

썩은 가지를 치지 않으면 숲은 무너진다

김문수 경선 승리 뒤 단 이틀 만에 벌어진 깜깜이 교체시도는 보수가 절차와 철학을 모두 잃었음을 확인시킨 장면이었다. 절차를 짓밟은 정당이 책임을 말할 수 없고 철학을 버린 보수는 더 이상 보수가 아니다.

고인 물을 퍼내지 않으면 새로운 씨앗은 뿌리도 내리지 못한다.”

다행히 김문수가 최근 국회의원수 10% 감축, 국무위원 1/3 이상 50세 미만 공약을 내걸어 신진 양성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표현했다. 신진 양성을 통해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반가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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