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

세제를 놔두면 부담만 늘어난다.

hyunmook 2025. 1. 1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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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김정주 회장의 별세와 상속세 논란
2022년 2월 27일, 김정주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후, 기획재정부는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약 30% 지분을 취득해 2대 주주가 되었다. 이 사건은 한국 상속세 체계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특히 상속세 최고세율과 과세표준의 경직성, 그리고 실현되지 않은 자산에 대한 과세 부담 문제를 오늘 다뤄보려고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국민의 상속세 부담 증가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2000년 이후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 2000년: 서울 아파트의 평당 평균 매매가격은 약 648만 원이었다.
  • 2025년: 서울 아파트의 추정 평당 평균 매매가격은 약 3,828만 원으로 약 5.9배 상승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속 재산의 평균 평가액도 크게 증가했다. 특히, 과세표준 구간이 2000년 이후 단 한 번도 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동산 중심의 자산가치를 가진 가구들은 상속세 부담이 커졌다. 2022년 기준으로 상속세 납부자는 전체 피상속인의 약 4.5%로 증가했으며 이는 2000년 당시 약 0.7%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과세표준 30억 원 초과에 적용되는 상속세 최고세율 50%는 2000년 당시에는 극소수 부유층에게만 해당되었으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현재는 상속세 최고세율 구간에 포함되는 가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가치가 많이 오른 서울에 속해있는 부동산을 상속받는 경우, 아파트 한 채만으로도 최고세율 과세표준을 초과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극소수 부유층을 대상으로 설계된 취지를 훼손했다고 볼 수 있다. 상속세가 부의 재분배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도구임에도 현실과 괴리된 과세표준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 결합되면서 중산층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현되지 않은 자산에 대한 과세의 문제
상속세는 상속 재산의 평가액을 기준으로 부과되며 이는 자산이 실제 거래되지 않았더라도 납세 의무를 발생시킨다. 김정주 회장의 사례에서처럼 유동 자산이 부족한 경우 상속인은 자산을 처분해야만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다.
 
특히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를 가진 가구는 상속세 부담이 더욱 크다. 이는 단순히 개인 가구의 문제를 넘어 기업 승계나 지역 경제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기업 상속을 위해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경영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 경영권 승계와 상속세: 이재용 회장의 사례
이재용 회장이 삼성 경영권을 승계받는 과정은 한국 상속세 제도의 문제점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재용 회장은 아버지 고(故) 이건희 회장의 별세 후, 약 12조 원의 상속세를 부담해야 했다. 이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상속세로 기록되었다.
 
이건희 회장의 전체 상속 재산은 약 26조 원으로 평가되었고 상속세율 50%와 최대주주 할증 과세(20%)가 적용되었다. 이를 납부하기 위해 이재용 회장과 가족들은 일부 자산을 매각해야 했으며 상속세는 5년간 6회에 걸쳐 분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최대주주 할증 과세는 경영권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했다. 지분 매각으로 인해 경영권이 외부로 넘어갈 위험이 커졌으며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상속세 체계가 기업 경영권 승계를 어떻게 어렵게 만들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회에서 논의된 상속세 개정안과 부결의 아쉬움
2024년, 국회에서는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개정안이 논의되었다. 개정안의 핵심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고 과세표준 구간을 10억 원 초과부터 최고세율 적용으로 조정하는 내용이었다. 기존에도 과세표준 10억 원 초과분에 40%의 세율이 적용되었지만 공제액의 증가와 최고세율 구간 단축이 실질적 부담을 대폭 줄일 것으로 기대되었다.
 
개정안은 물가 상승과 자산 가치 증가를 반영해 상속세 체계를 보다 현실적으로 조정하려는 의도였다. 특히, 공제 제도의 확대와 자산 평가 방식 개선이 포함되어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자산 매각 부담을 완화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2024년 12월, 해당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며 시행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상속세 체계는 여전히 과거의 비현실적인 구조를 유지하게 되었고 개정안이 제시했던 개선 효과는 실현되지 못했다. 국회에서 논의된 상속세 개정안은 상속세 체계의 변화를 모색한 중요한 시도였으나 국민보다는 정쟁에 관심이 많은 한국의 어설픈 정치구조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결론: 상속세 개혁의 필요성
김정주 회장의 사례와 이재용 회장의 경험, 그리고 국회에서 부결된 개정안은 상속세 체계가 단순히 부유층의 문제가 아니라 중산층 가구와 기업의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의 약 4.5%가 상속세를 부담하고 실현되지 않은 자산에 대해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는 현 체계는 수정이 불가피하다. 상속세 개혁을 통해 납세자에게 공정한 구조를 제공하고 경제적 활력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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