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

고속버스 의자 젖히기 문제: 게임이론과 배려의 미학

hyunmook 2024. 12. 6. 11:56
728x90

고속버스를 타다 보면 의자를 젖힐지 말지 고민할 때가 있다. “내가 의자를 젖히면 뒷사람이 불편하지 않을까?” 아니면 “의자를 젖히지 않으면 나만 불편한 거 아닐까?” 이런 고민들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 같지만 사실 앞사람과 뒷사람 사이에 미묘한 딜레마를 내포하고 있다. 이 문제를 게임이론으로 생각해 보면 모두가 더 편안한 상태에 도달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의자 젖히기 문제의 본질: 효용 충돌
고속버스 의자는 기본적으로 모두가 젖힐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의자를 젖히면 자신은 편안하지만 동시에 뒷사람의 공간이 줄어들어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의자를 젖히지 않으면 뒷사람은 공간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자신이 불편한 자세를 감수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각자의 선택과 그에 따른 효용을 점수로 나타내 보면 다음과 같다.

  뒷사람: 안 젖힘 뒷사람: 젖힘
앞사람 : 안 젖힘 2,2 2,5
앞사람 : 젖힘 4,2 4,4

점수의 의미

  1. 모두 안 젖힘(2, 2): 아무도 의자를 젖히지 않으면 공간은 넓어지지만 둘 다 불편한 자세로 있어야 하므로 효용이 낮다.
  2. 앞사람만 안 젖힘(2, 5): 뒷사람만 젖히고 앞사람은 젖히지 않는 경우, 뒷사람이 최대한 편안해지지만 앞사람의 효용에는 영향이 없다.
  3. 앞사람만 젖힘(5, 1): 앞사람만 의자를 젖히고 뒷사람은 젖히지 않는 경우, 앞사람은 최대의 편안함을 누리지만 뒷사람은 심각한 불편함을 느낀다.
  4. 모두 젖힘(4, 4): 앞사람과 뒷사람 모두 의자를 젖히면 서로 기대어 쉴 수 있어 효용의 총합(8)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만든 이 표를 보면 모두가 젖히는 선택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 공간이 줄어들긴 하지만 의자를 기대어 쉬는 편안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속버스 의자가 모두 젖히도록 설계된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게임이론으로 보는 최적의 선택
게임이론에서 내쉬 균형이란 각자가 상대방의 선택을 고려하면서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려고 할 때 도달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 상황에서는 모두 젖힘(4, 4)이 내쉬 균형에 해당한다고 생각된다. 앞사람과 뒷사람 모두가 의자를 젖히는 선택이 다른 모든 경우보다 효용의 총합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단순히 효용만 따졌을 때의 이야기고 실제 상황에서는 사람마다 느끼는 편안함이나 불편함이 다를 수도 있다.
 
갈등을 줄이기 위한 방법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항상 뒷사람을 배려해야 한다거나 앞사람이 의자를 젖혀서 불편했어요 식으로 흘러간다. 나는 다른 제안을 하고 싶다. "앞사람이 의자를 젖히는 건 기본적인 권리다."라는 명제를 먼저 받아들이고 내가 제일 뒷자리에 앉아서 앞사람을 배려해서 편하게 젖힐 수 있도록 배려하고 또 그 앞사람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신도 의자를 젖히면서 그 앞사람을 배려하고 그게 반복돼 모두가 편안하게 의자를 젖힌다면 이상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만약 앞사람이 의자를 젖히지 않았다면 공간을 배려 받았다는 점에 감사하는 태도를 가지면 된다. 뒷사람이 아닌 앞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를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각인을 시킨다면 고속버스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 같다.
 
결론: 모두가 젖히고 모두가 편안하게
결국 고속버스 의자 젖히기 문제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효용 극대화와 배려라는 두 가지 가치가 얽힌 딜레마다. 게임이론적으로 보면 모두가 젖히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결론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진 않겠지만 의자를 젖힐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하고 서로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더 나은 고속버스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젖히고 모두가 편안히 쉬는 여행”이야말로 사회적으로 총효용이 더 높은 결론이 될 것 같다.
 
아주 가끔 고장난 의자를 끝까지 눕힌다거나 하는 매우 몰상식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는 버스 회사의 정비 문제와 개인의 양심의 문제로 봐야 할 것이고 사회적으로 거시적 문제를 다룰 때는 예외로 두고 논쟁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