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콩, 샴푸로 탈모를 막는다?
탈모인구 천만 시대다. 국민 5명 중 1명이 탈모를 경험하고 있을 정도로 탈모는 흔한 문제지만 실제로 치료를 받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21년 기준으로 병원에서 탈모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24만 명에 불과하다. 이는 탈모를 경험하는 사람 중 겨우 2.4%만이 치료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나머지 97.6%는 탈모를 방치하거나 효과 없는 방법에 기대고 있다는 얘기다.
필자는 탈모약을 5년째 먹고 있다. 부작용? 없다. 머리는 5년 전 그대로다. 다른 탈모 관리는 안한다. 탈모 관련 커뮤니티의 운영진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경험을 지켜봤다. 탈모약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방법에 기대고 있는지도 매번 느낀다.
검은콩을 먹고 샴푸를 바꾸고 맥주효모를 챙기는 사람들이 탈모를 막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런 것들은 탈모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왜 이런 방법들이 유독 인기를 끌고 있을까? 마케팅 때문이다.
검은콩과 맥주효모로 탈모를 막을 수 있다고?
검은콩은 머리카락에 좋다는 이미지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검은콩 속에 들어 있는 이소플라본이라는 성분이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고 알려지면서 탈모를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 퍼졌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영양 보충제 수준의 이야기다. 게다가 함유량도 적어서 트럭으로 먹어도 모자란다. 남성형 탈모는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라는 호르몬이 모근을 공격하는 유전형질을 가진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질환이다. DHT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환원효소라는 효소에 의해 변환되어 만들어진다. 검은콩을 꾸준히 먹는다고 해서 이런 과정을 막을 수는 없다.
맥주효모도 비슷하다. 맥주효모에는 비오틴(비타민B7)이 들어 있어 모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비오틴은 결핍 상태가 아닌 사람에게 추가로 섭취해도 특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건강한 식사를 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오틴이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여전히 탈모에 효과가 있을 것처럼 인식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마케팅 때문이다. 검은콩이나 맥주효모가 머리에 좋다는 이미지를 강조하며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기능성 샴푸, 과연 효과가 있을까?
탈모샴푸도 사람들이 많이 기대를 하는 제품 중 하나다. 두피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피지를 제거하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샴푸는 어디까지나 두피 표면에만 작용할 뿐이다. 탈모의 근본 원인인 DHT 억제에는 전혀 관여하지 못한다.
탈모샴푸는 ‘탈모 증상 완화’라는 문구를 활용하며 마치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포장되지만 이는 실제로 탈모를 치료하는 약물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하다. 샴푸는 어디까지나 두피 환경을 관리하는 보조 수단일 뿐 탈모를 근본적으로 막아주는 역할은 할 수 없다.
탈모약: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탈모약은 원래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되었다. 피나스테리드가 전립선 치료에 사용되던 중 발모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이 성분을 함량만 줄여 탈모 치료제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탈모약은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 특정 유전형질을 가진 사람의 모낭을 공격하면서 발생하는 탈모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춘 약물이다. DHT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환원효소와 만나 변환되어 만들어진다. 탈모약의 역할은 이 5알파환원효소를 억제해 DHT생성을 막는 것이다.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는 5알파환원효소의 2형을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2형 효소는 주로 두피와 전립선에 존재하며 탈모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
두타스테리드(dutasteride)는 5알파환원효소의 1형과 2형을 모두 억제한다. 1형 효소는 주로 피부와 피지선에서 발견되며 두타스테리드는 이를 추가로 억제해 DHT를 더욱 효과적으로 줄인다.
일부는 “2형만 막아도 탈모에는 충분하다”고 하고 일부는 “그래도 1형까지 막는게 더 좋을 것이다.”라고 하는데 알약으로 나오는 함량기준 두타스테리드가 2형 하나만 떼고 봐도 더 강하게 막는다.
탈모약은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 특허권으로 인해 고가의 약물이었다. 이 때문에 전립선 치료제로 처방받아 고용량 약을 쪼개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특허가 만료된 이후로 다양한 제네릭 약물이 등장했고 탈모약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재는 저렴한 비용으로도 처방받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두 약물 모두 DHT 수치를 낮추어 모근에 대한 공격을 막아준다. 꾸준히 복용하면 탈모의 진행을 멈추고 기존의 모발을 유지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탈모약의 오해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었다. 실제로 탈모약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부작용과 관련이 있다. 많은 사람이 탈모약을 먹으면 성 기능 저하나 발기부전 같은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는 과장된 우려일 가능성이 높다.
피나스테리드 임상 결과에서는 성 기능 관련 부작용이 약 1~2%에서 나타났다. 대조군(약을 복용하지 않은 그룹)에서도 유사한 비율로 성 기능 저하가 보고되었다. 이는 심리적 요인이 부작용으로 오해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타스테리드의 경우 부작용 비율이 조금 더 높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사용자에게서 큰 문제가 없었다. 성 기능 관련 부작용은 약물을 중단하면 대부분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본인에게 부작용이 나타나면 그 개인에게는 100%다. 만약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서 약을 바꿔보든지, 약 복용 주기를 줄이든지, 쪼개서 먹어보든지 방법을 바꿔보고 그래도 안되면 그냥 탈모를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온갖 커뮤니티에서는 탈모약과 관련된 성 기능 부작용 이야기가 넘쳐난다. 이런 정보들은 탈모약 복용자들에게 심리적 불안을 심어준다. 그리고 그 불안은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를 일으키는 악순환을 발생시킨다. 노시보 효과란 약물 자체와는 상관없이 약물에 대한 부정적인 기대감으로 인해 실제로 부작용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부작용에 대한 과도한 정보는 심리적 요인을 강화시켜 더 많은 사람들이 탈모약 복용을 망설이게 만들고 부정적인 경험을 악순환처럼 반복하게 한다. 하지만 이는 약물의 본질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약물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불안감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나이 먹어서 약해지는 것을 애꿎은 탈모약 탓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반면 약물을 꾸준히 복용한 나와 같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탈모 억제와 모발 유지 효과를 경험했다. 부작용보다는 약물 복용을 통한 이득이 훨씬 크다는 점이 임상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부작용에 대한 과도한 우려보다는 약물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발이식을 해도 탈모약은 필수다.
모발이식은 탈모 부위를 복구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식된 모발은 유전적으로 DHT의 영향을 받지 않는 후두부 모낭에서 채취되기 때문에 탈모가 진행되더라도 유지된다. 그러나 모발이식만으로는 탈모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 문제는 이식하지 않은 기존의 모발이다.
탈모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기존 모발은 계속 빠지면서 시간이 지나면 이식된 모발만 남아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모발이식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탈모약 복용은 필수적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모발이식을 고려할 만큼 탈모가 진행되기 전에 탈모약을 복용하는 것이다. 초기부터 탈모약으로 DHT를 억제하면 탈모 진행을 막을 수 있고 모발이식을 받을 필요조차 없을 만큼 모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결국은 탈모약을 먹어야 한다.
필자는 탈모약이 95%, 미녹시딜이 4.5%, 나머지 생활습관이나 보조 관리가 0.5% 정도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탈모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진행을 멈출 수 없는 질환이다. 아니 질환이 아니고 유전적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스핑크스 고양이처럼
검은콩, 맥주효모, 샴푸 같은 방법은 0.5%의 보조적 역할에 불과하다. 탈모를 막고 싶다면 과학적으로 검증된 탈모약과 미녹시딜을 사용하는 것이 아직까지는 유일하다.
탈모는 초기에 제대로 관리해야 지킬 수 있다. 마케팅에 속지 말고 95:4.5:0.5라는 비중을 기억하자. 본인이 탈모가 온다고 생각되면 근처 피부과부터 찾아보는 사회적 습관을 키워야 할 때다. 아마도 탈모샴푸나 검은콩, 비오틴, 각종 영양제들 보다 성지약국에서 사는 탈모약이 가장 저렴한 관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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